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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리포트 · 재난분석 리포트 ·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2023 · 9분 읽기 · 2026.10.05

튀르키예 2023,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무엇이 생사를 갈랐나

2023년 2월 6일 새벽과 낮, 규모 7.8과 7.5의 지진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연달아 흔들었습니다. 한겨울의 붕괴와 구조, 여진과 천막 생활까지 시간 순서로 따라가며 공식 보고서와 의학 연구로 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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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2023년 2월 6일 새벽 4시 17분(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주 파자르즉 부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8,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규모 7.7로 기록했습니다.

아홉 시간쯤 뒤인 오후 1시 24분에는 북쪽 엘비스탄에서 두 번째 지진이 났습니다. USGS 기준 규모 7.5, AFAD 기준 7.6입니다. 두 지진 모두 진원이 땅속 10킬로미터 안팎으로 얕았습니다.

피해는 넓었습니다. 세계은행은 2월 말에 낸 신속 피해평가(GRADE) 보고서에서 피해가 가장 큰 11개 주에 튀르키예 인구의 16.5%가 산다고 적고, 건물과 기반시설의 직접 피해만 342억 달러, 2021년 국내총생산의 4%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보고서는 집이 무너지거나 크게 부서져 당장 머물 곳을 잃은 사람을 약 125만 명으로 봤습니다.

사망자 수는 시점과 기관에 따라 다릅니다. 튀르키예에서는 AFAD가 3월 20일 5만 96명을 발표했고, 4월 22일 내무부가 5만 783명으로 집계했습니다. 1년 뒤인 2024년 2월, 내무부는 사망자를 5만 3,537명으로 고쳐 발표했습니다.

시리아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집계로 북서부에서만 4,500명 넘게 숨졌고, 정부 통제 지역에서는 시리아 당국이 1,414명을 발표했습니다. 유엔은 시리아 전체를 약 6천 명으로 봤습니다. 잔해를 치우고 신원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도 숫자가 바뀐 이유입니다.

이 리포트는 흔들림 그 자체보다 그 뒤의 시간을 봅니다. 잠든 새벽의 붕괴, 영하의 밤, 며칠씩 이어진 구조, 끝나지 않던 여진, 그리고 천막에서 보낸 몇 달입니다.

시간대별로 본 경과: 새벽 4시부터 두 달까지

새벽 4시 17분, 대부분이 잠든 시각이었습니다. 집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이 미처 나오지 못하고 잔해에 갇혔습니다.

오후 1시 24분, 두 번째 큰 지진이 왔습니다. AFAD의 지진 보고서는 첫 지진에 상한 건물이 이어진 지진에 다시 부서지고 무너져 인명 피해가 났다고 적습니다. 아침에 금이 간 채 서 있던 건물이 낮에 무너진 셈입니다. 첫 흔들림을 버틴 건물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첫날 밤부터는 추위가 더해졌습니다. OCHA는 피해 지역 기온이 밤마다 영하로 크게 떨어졌고, 더 무너질까 두려워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차 안에서 자거나 공원에 모여 손에 닿는 것을 태워 몸을 녹였다고 기록했습니다.

난방용 가스가 끊겨 실내도 바깥보다 크게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기반시설 파괴와 얼어붙는 기온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구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지진 이튿날 WHO 사무총장은 1분, 1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구조는 며칠 동안 이어졌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가지안테프의 17세 소년은 94시간 만에 구조됐고, 45세 남성 한 명은 지진 11일 뒤인 278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1985~2004년 지진 34건을 분석한 연구(Macintyre 등, 2006)도 그 가운데 18건에서 이틀이 지난 뒤에도 생존 구조가 있었고, 언론 보도 가운데 믿을 만한 최장 기록은 14일이었다고 정리합니다.

여진은 몇 주 동안 이어졌습니다. 한 달 남짓 지나서는 여진이 1만 회를 넘었습니다. 2월 20일 저녁에는 남쪽 하타이주에서 규모 6.4(AFAD 기준) 지진이 다시 나 피해를 더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이 지진 때문에 피해 추정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두 달 동안의 집은 천막과 컨테이너였습니다. 2월 말과 3월 중순 OCHA 보고서는 피해 지역에서만 약 190만 명이 천막이나 임시 거처에서 지낸다고 전했습니다. 정부 계획은 천막촌에서 컨테이너촌이나 임대주택으로 옮기는 것이었지만, 약 170만 명은 무너진 집 근처나 빈터에 스스로 천막을 치고 지냈습니다. 3월 중순에는 아디야만과 샨르우르파에 폭우가 내려 천막이 물에 잠겼습니다.

무엇이 피해를 키웠고 무엇이 줄였나

키운 쪽은 시각과 계절, 그리고 이어진 흔들림입니다. 사람들이 잠든 새벽에 첫 지진이 왔고, 아홉 시간 뒤 두 번째 지진이 상한 건물을 다시 흔들었습니다. 영하의 밤은 잔해 아래 사람에게도, 밖으로 나온 사람에게도 위험했습니다.

WHO는 이어지는 여진과 혹독한 겨울 날씨, 도로·전기·통신 피해가 구조대의 접근을 늦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가지안테프와 하타이를 잇는 도로가 망가져 시리아로 가는 유엔 구호 수송이 한때 끊겼습니다.

건물 피해도 컸습니다. 1년 뒤 튀르키예 내무부는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을 3만 8,901동으로 발표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직접 피해액의 절반이 넘는 53%가 주택 피해라고 추정했습니다.

잔해 아래에서는 물이 버틸 시간을 좌우했습니다. 94시간을 버틴 소년은 물이 없어 자기 소변을 마셨다고 구조대에 말했습니다. 영하의 기온은 그 시간을 더 줄였습니다. 갇힌 사람이 위치를 알리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한국 행정안전부 지진 행동요령은 갇혔을 때 주변의 딱딱한 물건으로 소리를 내 구조를 요청하라고 합니다.

구조된 뒤에는 의료가 생사를 갈랐습니다. 무거운 잔해에 오래 눌린 근육이 풀리면서 해로운 물질이 온몸에 퍼지는 압궤증후군 때문입니다. 한 대학병원이 치료한 압궤증후군 환자 233명을 분석한 연구(Kundakci 등, 2023)에서 평균 매몰 시간은 약 42시간이었고 56.7%가 혈액투석을 받았으며 6.4%가 숨졌습니다.

튀르키예 여러 병원의 성인 환자 1,024명을 본 연구(Ozturk 등, 2024)에서는 9.8%가 입원 중 숨졌습니다. 연구진은 과거 큰 지진보다 사망률이 낮아진 이유로 재난 대비와 의료 기반의 개선을 꼽았습니다. 오래 깔렸던 사람은 스스로 괜찮다고 해도 병원까지 데려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문제: 추위, 물, 전기, 의료, 천막 생활

추위와 난방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가스가 끊기고 건물에 들어갈 수 없으니 사람들은 차 안이나 모닥불 곁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전기와 물이 끊기자 병원도 흔들렸습니다. 지진 뒤 한 병원의 투석 기록을 다룬 연구(Kaya 등, 2024)는 2월 6일부터 22일까지 173명에게 혈액투석을 했다고 적으면서, 투석센터가 시설 파손과 교통 마비, 정전, 단수로 문을 열기 어려웠고 장비와 숙련 인력도 모자랐다고 기록했습니다.

천막 생활에서는 물과 위생이 문제였습니다. OCHA는 스스로 천막을 친 비공식 정착지에 물과 화장실, 씻을 곳이 크게 부족하고, 비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보고했습니다. 3월 폭우는 그 천막들을 덮쳤습니다.

시리아 북서부는 사정이 더 어려웠습니다. 이곳은 지진 전부터 많은 주민이 구호에 기대 살던 지역이었고, 국경을 넘는 구호 수송도 도로가 망가져 한때 끊겼습니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생기면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이듬해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났습니다. 튀르키예와 같은 규모의 지진을 그대로 옮겨 올 수는 없지만, 그 기록이 보여 준 순서는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집이 버티는지, 흔들릴 때 어디 있는지, 갇히면 무엇으로 버티는지입니다.

첫째는 우리 집 건물입니다. 한국은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 내진설계를 의무로 적용하고, 그 대상을 넓혀 왔습니다. 「건축법」 제48조의3과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0조의2에 따라 내진능력 공개 대상 건물은 내진능력을 건축물대장에 적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24나 세움터에서 건축물대장을 무료로 떼어 내진설계 적용 여부와 내진능력 칸을 보면 됩니다. 칸이 비어 있으면 건축공간연구원의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로 지어질 때 의무 대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흔들리는 순간입니다. 행정안전부 지진 행동요령은 흔들리는 동안 탁자 아래에서 머리를 지키고, 흔들림이 멈춘 뒤에 문을 열고 가스와 전기를 끈 다음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으로 넓은 곳에 가라고 합니다. 흔들리는 동안 밖으로 뛰어나가면 떨어지는 물건과 깨진 유리에 다치기 쉽습니다. 겨울이라면 나갈 때 두꺼운 옷을 챙깁니다.

셋째는 갇혔을 때와 그 뒤입니다. 튀르키예의 기록을 거꾸로 읽으면 평소에 할 일이 나옵니다. 물이 버틸 시간을 좌우했으니 침대 곁에 물 한 병을, 갇혔을 때 위치를 알릴 수 있게 호루라기를, 추위가 버틸 시간을 줄였으니 겨울에는 겉옷 한 벌을 둡니다.

그리고 첫 흔들림을 버틴 집이라도 기둥이나 벽에 큰 금이 갔거나 기울었다면, 지자체 위험도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들어가지 않습니다. 흔들림이 멈춘 뒤의 판단도 흔들릴 때만큼 중요합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1. 정부24나 세움터에서 우리 집 건축물대장을 무료로 떼어 내진설계 적용 여부와 내진능력 칸을 확인합니다. 비어 있으면 건축공간연구원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를 써 봅니다.
  2. 흔들리는 동안에는 탁자 아래에서 머리를 지키고, 멈춘 뒤에 문을 열고 가스와 전기를 끈 다음 계단으로 넓은 곳에 갑니다.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습니다.
  3. 침대 곁에 물 한 병, 호루라기, 두꺼운 실내화를 두고, 겨울에는 겉옷 한 벌을 더합니다.
  4. 잔해에 갇히면 주변의 딱딱한 물건으로 배관이나 벽을 두드려 위치를 알립니다. 구조는 며칠이 지나도 이어집니다.
  5. 첫 지진을 버틴 집이라도 금이 가거나 기울었다면 위험도 평가 전까지 들어가지 않고, 여진 정보는 기상청과 방송으로 확인합니다.
  6. 오래 깔렸다 나온 가족이나 이웃은 괜찮다고 해도 반드시 병원으로 보냅니다. 투석처럼 정기 치료를 받는 가족이 있다면 병원의 재난 때 연락 방법을 미리 물어 둡니다.

출처

  • 미국지질조사국(USGS), 「M 7.8 - Pazarcik earthquake, Kahramanmaras earthquake sequence」·「M 7.5 - Elbistan earthquake」 이벤트 페이지, 2023
  •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 2023년 2월 6일 파자르즉·엘비스탄(카흐라만마라슈) 지진 보고서, 2023
  • World Bank·GFDRR, 「Global Rapid Post-Disaster Damage Estimation (GRADE) Report: February 6, 2023 Kahramanmaraş Earthquakes - Türkiye Report」, 2023
  • World Bank, 「Earthquake Damage in Türkiye Estimated to Exceed $34 billion」 보도자료, 2023년 2월 27일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Türkiye: 2023 Earthquakes Situation Report」 1·2·5·9·11호, 2023년 2~3월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North-West Syria: Situation Report」, 2023년 2~3월
  • 세계보건기구(WHO), 「Earthquake in Türkiye and the Syrian Arab Republic」 상황 페이지 및 사무총장 브리핑, 2023
  • Kundakci B 외, 「6 February 2023, orthopedic experience in Kahramanmaraş earthquake and surgical decision in patients with crush syndrome」, Journal of Orthopaedic Surgery and Research, 2023 (doi:10.1186/s13018-023-04001-2)
  • Ozturk S 외, 「Patients with crush syndrome and kidney disease: lessons learned from the earthquake in Kahramanmaraş, Türkiye」, Kidney International, 2024 (doi:10.1016/j.kint.2024.08.008)
  • Kaya B 외, 「Hemodialysis Experience After Kahramanmaraş Earthquake」,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4 (doi:10.3390/jcm13216610)
  • Macintyre AG 외, 「Surviving Collapsed Structure Entrapment after Earthquakes: A "Time-to-Rescue" Analysis」, Prehospital and Disaster Medicine, 2006 (doi:10.1017/s1049023x00003253)
  • ABC News·TRT World 94시간 구조 보도(2023년 2월 10일) · BBC 278시간 구조 보도(2023년 2월 17일)
  • 행정안전부, 지진·지진해일 국민행동요령
  • 「건축법」 제48조의3 ·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0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 건축공간연구원,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서비스
  • 튀르키예 내무부 발표(2024년 2월 2일, 사망자 5만 3,537명·파괴 건물 3만 8,901동) · Turkish Minute, Duvar English, AFP 보도
  • 생존주의, 『대한민국 생존주의 바이블: 재난편』 3부 지진·지진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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