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2022, 8분 만에 출구가 잠기기까지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2022년 9월 6일 새벽, 경북 포항 냉천 주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세 곳이 물에 잠겨 8명이 숨졌습니다. 물이 어떻게 들어왔고 지하주차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부 발표와 수사·재판 기록, 언론 보도로 시간순으로 짚습니다.

사건 개요
2022년 9월 6일 새벽,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해 2시간 20분 만에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날 경북 포항에는 하루 동안 342.4밀리미터의 비가 내렸습니다. 포항 남구를 가로지르는 냉천과 주변 하천이 넘쳤고, 하천과 맞닿은 아파트 단지들의 지하주차장으로 흙탕물이 밀려들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9월 8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태풍 인명피해는 사망 11명, 실종 1명, 부상 3명입니다. 그중 포항에서만 9명이 숨졌고, 8명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덕동에서 7명, 오천읍에서 1명입니다. 숨진 이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였습니다.
이 리포트는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새벽 몇 시에 어떤 일이 이어졌는지, 지하주차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보고,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합니다. 지하주차장이 잠기는 데 걸린 시간은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분이었습니다.
시간대별로 본 경과: 냉천이 넘친 새벽 세 시간
비는 9월 6일 자정을 넘기며 거세졌습니다. 아래 분 단위 시각 가운데 출처를 따로 적지 않은 것은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이 2024년 2월 발표한 수사 결과에 나온 시각입니다. 포항시는 새벽 4시 43분 '냉천 범람 위기'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7분 뒤인 4시 50분 태풍이 거제 부근에 상륙했습니다(기상청). 냉천 상류의 오어저수지와 진전저수지도 가득 차 물이 넘쳐흘렀고, 오전 6시 무렵 냉천이 넘쳤습니다.
새벽 6시 전후, 지하주차장의 차를 지상으로 옮기려는 주민들이 지하로 내려갔습니다(연합뉴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피해가 가장 컸던 단지의 지하주차장에는 오전 6시 23분 무렵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JTBC가 공개한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오전 6시 37분부터 45분까지 8분 만에 출입구 통로가 물에 잠겼고 그사이 빠져나온 차는 14대였습니다. 검찰 발표로는 오전 6시 48분 그 지하주차장의 전기가 끊겼고, 이웃 단지 지하주차장은 6시 57분에 끊겼습니다.
태풍은 오전 7시 10분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지만, 지하주차장은 이미 물에 잠긴 뒤였습니다.
소방과 군은 물을 퍼내며 수색을 이어 갔습니다. 그날 저녁 8시 15분 39세 남성이, 9시 41분 52세 여성이 살아서 나왔습니다(경북소방본부). 지하주차장에 내려간 지 13시간이 넘은 때였습니다. 세 곳의 지하주차장에서 모두 8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부는 이튿날인 9월 7일 포항과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고로 저수지 관리자 4명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4명 등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2025년 2월 13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저수지 관리자 4명에게 무죄를,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4명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힌남노를 자연재난으로 봤고, 지하주차장 침수는 소하천 범람과 우수관 역류, 냉천, 주변 지형, 만조가 겹친 결과로 판단했습니다.
무엇이 피해를 키우고 줄였나
첫째는 비가 짧은 시간에 몰린 것입니다. 9월 6일 포항의 하루 강수량 342.4밀리미터는 포항의 9월 하루 강수량 가운데 역대 2위 기록입니다(기상청). 1심 법원도 포항에 내린 비가 500년 빈도를 웃돌았다고 봤습니다. 냉천과 주변 소하천이 한꺼번에 넘치고 빗물이 거꾸로 솟으면서, 낮은 땅에 고인 물은 빠질 곳을 잃었습니다.
둘째는 지하라는 자리입니다. 넘친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한꺼번에 모입니다. 차가 드나드는 경사로는 그대로 물길이 됐습니다. 물이 지하로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차를 옮길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올라올 시간입니다.
셋째는 시간입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9월 지하공간 국민행동요령을 보완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빗물이 흘러들기 시작하면 5~10분이면 천장 가까이까지 물이 찰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블랙박스 속 8분은 이 설명과 겹칩니다. 차를 확인하러 내려간 뒤 돌아 나올 여유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살아 돌아온 두 사람에게는 숨 쉴 공간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지하주차장 천장 아래에 남은 공기층, 이른바 에어포켓에서 숨을 쉬었습니다. 경북소방본부는 한 사람은 오수관을 붙잡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천장 배관 위 공간에 엎드려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문제: 경사로, 차 문, 어둠
출구는 하나로 몰렸습니다. 여러 주민이 같은 시각 차를 빼러 내려오면서 경사로 앞에 차가 줄을 섰습니다. 한겨레는 물이 차기 시작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지하에서 정체가 빚어진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고 전했습니다. 앞차가 물살에 멈추면 뒤차도 그 자리에 갇힙니다.
차 안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물이 차오르면 바깥 물이 문을 누르는 힘 때문에 차 문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행정안전부 요령이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면 차를 두고 곧바로 걸어서 나오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전기가 끊긴 지하주차장은 어둠에 잠겼습니다.
물이 빠진 뒤에도 일상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중대본 9월 8일 집계로 태풍을 피해 대피한 사람은 5,242명이었고, 그중 613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파트에 지하주차장이 있다면
행정안전부는 포항 사고 엿새 뒤인 2022년 9월 12일 침수에 대비한 지하공간 국민행동요령을 보완해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차를 밖으로 옮기거나 차를 확인하려고 주차장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바닥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거나 하수구에서 물이 거꾸로 솟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지상으로 올라옵니다.
차를 지키는 일은 비가 거세지기 전에 끝냅니다. 호우특보나 태풍특보가 나오면 그때 차를 지대가 높은 지상으로 옮깁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주민에게 대피를 명하거나 자동차 등을 대피시키라고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대피 명령을 받으면 즉시 따라야 한다고 정합니다.
차량 대피는 물이 들기 전에 하는 일입니다. 물이 이미 들어오기 시작한 지하주차장에는 차를 옮기러 들어가지 않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의 기준도 정해져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요령은 물 높이가 정강이(약 30~40센티미터)에 닿기 전에 계단을 벗어나라고 안내합니다. 어린이와 노인은 발목 높이의 물에서도 계단을 오르기 어려우니 먼저 내보냅니다. 지하에 있을 때 물이 흘러들기 시작했다면 차에 타지 않습니다. 걸어서, 차량 경사로가 아닌 계단이나 보행 출구로 나옵니다.
평소에 할 일은 길을 알아 두는 것입니다. 우리 동 가까이의 계단실이 어디인지, 경사로 말고 걸어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몇 개인지 한 번 걸어 봅니다. 관리사무소가 물막이판과 모래주머니를 언제, 어디에 두는지도 알아 둡니다. 차는 다시 살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 호우특보나 태풍특보가 나오면 그날 바로 차를 지대가 높은 지상으로 옮깁니다. 비가 거세진 뒤나 물이 보이기 시작한 뒤에는 차를 빼러 지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 지하주차장 바닥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면 차와 물건을 두고 곧바로 지상으로 올라옵니다. 빗물이 들기 시작하면 5~10분이면 천장 가까이까지 찰 수 있습니다.
- 지하에서 물을 만나면 차에 타지 않습니다. 차량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이나 보행 출구로 걸어서 나옵니다.
- 계단은 물이 정강이(약 30~40센티미터)에 닿기 전에 벗어납니다. 어린이와 어르신은 발목 높이의 물에서도 오르기 어려우니 먼저 내보냅니다.
- 평소에 우리 동 계단실과 걸어서 나가는 출구를 가족과 함께 한 번 걸어 보고, 관리사무소의 물막이판 설치 시점과 지상 임시 주차 장소를 알아 둡니다.
- 관리사무소가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를 안내하면 차가 아무리 걱정되어도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미 내려가 있는 가족이 있다면 바로 올라오라고 연락합니다.
출처
-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태풍 힌남노 침수 사망 사건 수사결과」 보도자료, 2024-02-02 (공소사실. 2025-02-13 1심에서 무죄·공소기각)
-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기소 피의자 모두 무죄」, 2025-02-13
- 한국아파트신문,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사고' 관리소장·경비원 4명 공소기각」, 2025-02-13
- 매일신문,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유발 혐의 없다"…공무원·아파트 직원 8명 무죄 등」, 2025-02-13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인명피해 잠정 집계(9월 8일 오전 6시 기준), TBS·JTBC 보도, 2022-09-08
- 연합뉴스TV, 「중대본 "힌남노로 사망 11명·실종 1명·부상 3명"」, 2022-09-07
- 연합뉴스, 「힌남노, 오전 4시50분 거제 상륙…7시10분 울산앞바다로 나가(종합)」, 2022-09-06
- 연합뉴스, 「침수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빼러 갔다가 7명 실종·1명 사망(종합2보)」, 2022-09-06
- 한겨레, 「이어지는 기적…포항 두번째 생존자 14시간 만에 구조」, 2022-09-06
- 한겨레, 「지하는 '침수 블랙홀'…6분 만에 지상보다 수위 50% 높아져」, 2022-09-06
- 동아일보, 「8분만에 잠겼다..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당시 블랙박스 보니」(JTBC 영상 인용), 2022-09-07
- 중앙일보, 「물 차는데 단8분…지하주차장 블박 '車14대 극적 탈출' 찍혔다」, 2022-09-07
- 시사저널, 「포항 지하주차장 생존자 2명…"아이들 때문에 포기 안 해"」, 2022-09-07
- KBS, 「윤 대통령, 태풍 피해 포항·경주 특별재난지역 선포」, 2022-09-07
- KBS, 「행안부, '침수 대비 지하 공간 국민행동요령' 보완」, 2022-09-12
- 기상청, 2022년 연 기후 특성(포항 9월 6일 일강수량 342.4mm, 9월 극값 2위), 정책브리핑
- 세계일보, 「49년 만에… 포스코 고로 3곳 모두 가동 중단」, 2022-09-07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 국가법령정보센터
- 행정안전부, 침수 대비 지하공간 국민행동요령(2022년 보완) / 「침수 지하 국민행동요령」 카드뉴스, 2025-04-14
- 『대한민국 생존주의 바이블 : 재난편』 4부 4-2 반지하·지하주차장·지하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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