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 2005 뉴올리언스, 대피 명령이 나왔는데 왜 수만 명이 남았나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무너져 도시의 약 80%가 물에 잠겼고, 대피 명령에도 차가 없는 사람과 고령자, 병원과 요양원 환자 수만 명이 도시에 남아 있었습니다. 누가 왜 남았고 대피소에서 무엇이 모자랐는지, 그 뒤 미국이 무엇을 바꿨는지 공식 보고서로 짚고 우리 집의 태풍·홍수 대비에 옮겨 봅니다.

사건 개요
2005년 8월 29일 월요일 오전 6시 10분(현지 시각),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3등급 세력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남동부에 상륙했습니다. 멕시코만 한가운데에서 5등급까지 커졌다가 조금 약해진 뒤였습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 폭풍을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가운데 피해액이 가장 컸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다섯 허리케인 가운데 하나로 기록했습니다.
피해를 키운 것은 바람보다 물이었습니다. 폭풍해일이 폰차트레인 호수와 운하의 수위를 밀어 올렸고, 상륙한 날 이른 아침부터 17번가 운하, 런던 애비뉴 운하, 인더스트리얼 운하의 제방과 홍수벽이 잇따라 넘치거나 무너졌습니다.
배수 펌프장도 멈췄습니다. NHC와 백악관 보고서는 뉴올리언스의 약 80%가 물에 잠겼고, 깊은 곳은 약 6미터(20피트)에 이르렀다고 적었습니다.
사망자 수는 기관과 시점마다 다릅니다. 루이지애나 보건병원부는 2006년 주 안에서 1,464명이 숨졌다고 집계했습니다. 사망 기록을 다시 검토해 2008년에 나온 연구는 카트리나와 관련이 분명한 사망을 루이지애나 안에서 971명으로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NHC는 2023년 보고서를 고치면서 전체 사망을 1,392명(직접 520명, 간접 565명, 원인 미상 307명)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리포트는 책임 공방을 다루지 않습니다. 대피 명령이 나온 뒤에도 누가 왜 남았고, 남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모자랐는지를 봅니다.
대피 명령이 나왔는데 남은 사람들
뉴올리언스에 처음으로 강제 대피 명령이 내려진 것은 8월 28일 일요일 오전, 상륙 약 19시간 전이었습니다. 주 정부는 고속도로 반대 차로까지 바깥쪽으로 돌리는 역류 운행을 했고, 미 하원 특별위원회와 백악관 보고서 모두 차가 있는 일반 주민의 대피는 비교적 잘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NHC가 인용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료로 멕시코만 연안에서 대피 명령을 받은 사람은 120만 명이 넘었습니다.
남은 사람들에게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뉴올리언스 시의 허리케인 계획 스스로 주민 약 10만 명이 자기 차가 없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이들은 친척과 이웃, 교회, 대중교통에 기대야 했지만 도시 밖으로 데려갈 버스 계획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명령이 나온 뒤 시내를 돈 버스는 사람들을 도시 밖이 아니라 '최후의 피난처'로 연 슈퍼돔까지만 실어 날랐습니다(미 하원 보고서). 차가 없는 사람에게 대피 명령은 '어떻게'가 함께 와야 지킬 수 있는 명령입니다.
남은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하원 보고서는 1965년 허리케인 벳시나 1969년 카밀을 집에서 버텨 낸 기억, 원래 플로리다 쪽으로 향하던 폭풍이 서쪽으로 꺾인 것, 월말이라 기름값이 없었던 사정을 들었습니다. 피해는 고령자에게 몰렸습니다.
2008년 연구에서 루이지애나 사망자의 49%가 75세 이상이었고, 루이지애나 보건 당국의 2012년 자료도 같은 비율을 적었습니다.
반려동물도 발을 묶었습니다. 2006년 미국 의회 기록과 미국 공중보건학회지 글은 동물을 데리고 떠날 방법이 마땅치 않자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 곁에 남았고, 그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고 적었습니다.
병원과 요양원은 다른 이유로 남았습니다. 입원 환자를 옮기는 데는 시간과 인력, 비용이 많이 들어 병원 대부분은 건물 안에서 버티는 쪽을 기본으로 삼고 있었습니다(하원 보고서). 홍수가 오자 수백 명의 환자가 어둡고 물에 잠긴 병원에 갇혔습니다(백악관 보고서). 대피하지 않은 한 요양원에서는 입소자 35명이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하원 보고서, 루이지애나 보건 당국 2012년 자료. 백악관 보고서는 34명).
제방이 무너진 뒤: 지붕과 다락에 갇힌 사람들
제방이 무너지자 물이 동네로 밀려들었습니다. 백악관 보고서는 수천 명이 지붕과 다락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적었고, 하원 보고서에도 폭풍 중에 다락에 갇혀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구조 요청 전화가 걸려 왔다는 현지 재난 담당자의 증언이 실렸습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홍수 안내는 건물 안에서 물이 차오르면 가장 높은 층으로 가되 닫힌 다락처럼 빠져나갈 곳이 없는 공간으로는 올라가지 말라고 적습니다. 지붕은 꼭 필요할 때만 오르고, 올라가면 구조 신호를 보냅니다. 물이 차는 집에서는 '높이'와 함께 '나갈 길'을 봅니다.
미국 해안경비대 한 곳이 구조하고 실어 나른 사람만 3만 3천 명이 넘었습니다(백악관·하원 보고서). 배와 헬기로 구조된 사람들은 고속도로 고가 교차로처럼 높은 곳에 내려져 다음 수송을 기다렸습니다(백악관·하원 보고서).
슈퍼돔과 컨벤션센터: 냉방과 화장실이 먼저 무너졌다
뉴올리언스 시는 슈퍼돔을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대피소로 열었다가, 상륙 전날 일반 주민도 받는 '최후의 피난처'로 넓혔습니다. 그날 자정까지 1만~1만 2천 명이 들어왔습니다(백악관·하원 보고서).
상륙한 날 아침 지붕 일부가 뜯겨 비가 샜고, 전기가 나가 비상 발전기로 켜는 흐린 조명만 남았습니다. 냉방이 멈췄고, 급수도 끊기면서 화장실이 역류했습니다(하원 보고서, 백악관 보고서). 하원 보고서는 그래도 슈퍼돔에서 음식과 물이 동난 적은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컨벤션센터는 더 어려웠습니다. 시가 대피소로 정한 곳이 아니었는데, 물이 차오르자 사람들이 이 큰 공공건물로 스스로 모였습니다. 대피소가 아니었기에 미리 가져다 둔 음식과 물이 없었습니다(백악관 보고서). 하원 보고서는 그곳에 전기도, 조명도, 냉방도, 쓸 수 있는 화장실도, 음식과 물도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모인 사람을 주 방위군은 1만 9천 명, 당시 보도는 2만 5천 명으로 셌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과 물자가 준비된 곳이 다르면 대피소가 되지 못합니다.
아프거나 다친 사람을 빼면 컨벤션센터에서 버스 대피가 시작된 것은 9월 3일 토요일이었고, 9월 4일에는 슈퍼돔과 컨벤션센터 두 곳의 대피가 끝났습니다(백악관·하원 보고서). 그사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졌습니다.
하원 보고서는 이런 보도 상당수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고, 트럭과 버스 운전기사들이 들어오기를 꺼려 구호가 늦어졌다고 적었습니다. 백악관 보고서도 첫 주에 소문과 확인되지 않은 보고가 공공 정보를 어지럽혔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미국이 바꾼 것
하원과 백악관 보고서는 모두 상륙 뒤 도시에 남은 사람을 옮기는 일이 계획에 제대로 들어 있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그 뒤 바뀐 것들은 '스스로 떠날 수 없는 사람'을 계획 안으로 들이는 쪽이었습니다.
첫째, 2006년 미국 의회는 반려동물 대피·수송 기준법(PETS Act)을 만들었습니다. 주와 지방정부의 재난 계획이 반려동물이나 보조견과 함께 사는 사람의 필요를 재난 전·중·후에 반영하도록 한 법입니다. 동물을 두고 떠날 수 없어 남는 사람을 줄이려는 취지입니다.
둘째, 뉴올리언스 시는 차가 없는 주민을 위한 '시 지원 대피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강제 대피 명령이 나오면 동네마다 정해 둔 17곳의 승차 지점 '에바큐스팟'에서 버스를 타고 도시 밖 대피소로 갑니다(뉴올리언스 시, 툴레인대, 미국 연방교통청 보고서). 작은 반려동물은 이동장에 넣어 함께 타고, 큰 동물은 따로 실어 옮깁니다. 이 계획은 2008년 허리케인 구스타브 때 처음 쓰였습니다.
셋째, 대피에 도움이 필요한 주민은 미리 시의 '특별 지원 명부'에 이름을 올립니다(툴레인대, 미국 공중보건학회지). 누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를 재난이 오기 전에 아는 것입니다. 카트리나 뒤 바뀐 것은 대피 명령의 크기보다 '누가 못 떠나는지 미리 아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집 태풍·홍수 대비에 옮기면
한국과 뉴올리언스는 지형도, 제도도 다릅니다. 그래도 남은 사람들의 사정은 우리 집에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생존주의 바이블』 재난편 15부의 원칙은 이렇습니다. 가족의 대피 속도는 가장 빠른 사람이 아니라 가장 느린 사람이 정하고, 계획은 그 사람을 기준으로 세웁니다.
차가 없다면 그날 결정하지 않습니다. 재난편 4부는 태풍과 호우에 앞서 차가 있으면 연료를 채워 두고, 차가 없다면 차가 있는 이웃과 함께 움직이기로 미리 약속해 두라고 적습니다. 행정안전부 요령대로 특보가 나오면 혼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고, 연락이 끊기면 경찰서나 관공서에 바로 알립니다.
재난편 8부가 소개한 국내 연구에서 고령층은 대피 소식에는 빨리 반응했지만 실제로 움직인 정도는 가장 낮았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가 가서 모시고 나올지를 정해 둡니다.
물이 집 안으로 차오르면 한 층이라도 위로 갑니다. 반지하에서는 지상으로, 1층에서는 2층 이상으로 갑니다. 재난편 4부가 FEMA 안내서를 따라 정리했듯 닫힌 다락처럼 빠져나갈 곳이 없는 좁은 공간으로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아파트와 빌라라면 계단으로 위층에 올라가 이웃 집에 잠시 머무르고, 휴대전화가 되면 119에 주소와 층, 함께 있는 사람 수를 알립니다.
대피소에 오래 머물 때를 생각해 약과 기록을 챙깁니다. 재난편 15부는 며칠 분의 약과 복용 약 목록, 담당 의사 연락처, 보청기와 보행 보조기구를 대피 가방에 넣으라고 적습니다. 반려동물은 공공 대피소가 받아 주지 않을 수 있으니 맡길 곳과 동물 몫의 가방을 미리 정합니다.
물이 빠진 뒤에는 행정안전부 홍수 요령대로 가스와 전기를 확인한 뒤 들어가고, 수돗물과 저장해 둔 물도 오염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씁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 가족 대피 계획은 가장 느린 사람을 기준으로 세웁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이 있으면 누가 가서 모시고 나올지 미리 정해 둡니다.
- 차가 없다면 태풍이 오기 전에 차가 있는 이웃이나 친척과 함께 움직이기로 약속해 둡니다. 차가 있다면 연료를 미리 채웁니다.
- 특보가 나오면 혼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고, 연락이 끊기면 경찰서나 관공서에 바로 알립니다. 조력자는 두 명을 정해 한 사람은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 둡니다.
- 집 안에 물이 차오르면 한 층이라도 위로 가되, 닫힌 다락처럼 빠져나갈 곳이 없는 공간으로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119에는 주소와 층, 함께 있는 사람 수를 알립니다.
- 대피 가방에 며칠 분의 약과 복용 약 목록, 담당 의사 연락처, 보청기·보행 보조기구를 넣어 둡니다.
- 반려동물은 공공 대피소가 받아 주지 않을 수 있으니 맡길 곳과 동물 몫의 비상 가방을 미리 정해 둡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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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생존주의 바이블 : 재난편』 4부 「호우·태풍·침수·산사태」, 8부 「산불」, 15부 「함께 사는 사람」
실제 경보·재난 상황에서는 정부·지자체의 공식 안내를 먼저 따르세요. 이 글은 대비를 돕는 참고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