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2011, 대피 구역은 왜 계속 넓어졌나
규모 9.0 지진 뒤 원전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대피 구역이 넓어진 과정과 대피가 남긴 건강 피해를 공식 보고서로 짚습니다.

사건 개요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앞바다의 일본 해구를 따라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과 뒤이은 지진해일은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약 230킬로미터 떨어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중대한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유엔 원자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가 2022년에 펴낸 후쿠시마 보고서의 정리입니다.
이 리포트는 해일 피해 전체가 아니라 원전 사고 뒤의 대피를 중심으로 봅니다. 같은 보고서는 사고 직후 원전 20킬로미터 안과 주변에서 약 7만 8천 명이 예방적으로 대피했고, 4월부터 6월 사이 측정 결과에 따라 북서쪽 마을 주민 약 1만 명이 더 떠났으며, 20~30킬로미터 구역 등에서 약 3만 명이 추가로 대피했다고 집계합니다.
합치면 약 11만 8천 명입니다. 피난 주민의 건강을 추적한 일본 연구는 원전 사고로 피난해야 했던 사람을 16만 명 이상으로 적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를 피난으로 세느냐에 따라 생기는 차이입니다.
흔들림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큰 지진 뒤에는 여진이 오래 이어질 수 있어, 대피와 복구가 모두 흔들림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시간대별로 본 경과: 첫날 밤부터 석 달까지
첫날 밤에는 원전 반경 3킬로미터 안 주민에게 대피 명령이 나왔습니다. 지진 당일인 3월 11일 늦은 시각입니다.
이튿날인 3월 12일, 대피 범위는 20킬로미터로 넓어졌습니다. 전날 밤 범위 밖이라 집에 머문 사람도 하루 만에 짐을 싸야 했다는 뜻입니다. UNSCEAR 보고서는 20킬로미터 안 여러 마을 주민 대부분이 3월 12일부터 15일 사이에 떠났다고 적습니다.
나흘째인 3월 15일에는 20~30킬로미터 주민에게 집 안에 머물라는 실내대피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 사람들은 열흘 뒤인 3월 25일, 스스로 대피를 시작하고 상황에 따라 떠날 준비를 하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머물러야 하는지 떠나야 하는지가 열흘 사이에 바뀐 셈입니다.
한 달이 지나자 20킬로미터 밖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많이 쌓인 곳이 측정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한 해 피폭이 20밀리시버트를 넘을 수 있는 곳을 계획적 피난 구역으로 정했고, 이타테 마을 전체를 포함한 북서쪽 주민 대부분이 4월부터 6월 사이에 떠났습니다.
사고 석 달 뒤에야 집을 나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대피 구역은 한 번에 정해지지 않았고, 처음 발표된 범위 밖에 있다는 사실이 다음 날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피해를 키웠고 무엇이 줄였나
줄인 쪽부터 봅니다. 일본 당국은 즉시 대피와 계획적 대피, 실내대피, 요오드 예방 복용, 기준을 넘은 우유·채소·곡물·물의 유통과 섭취 제한을 시행했습니다. UNSCEAR는 후쿠시마 주민에게서 방사선 노출에 직접 기인한다고 문서화된 건강 피해는 없고, 앞으로도 방사선 관련 영향이 통계로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키운 쪽은 대피의 방식이었습니다. 2021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검토 논문(Ohba 등)은 후쿠시마 방재계획의 피난 범위가 원전 8~10킬로미터에 맞춰져 있었고 대응 체계도 그 안에만 있었다고 짚습니다. 사고가 그 범위를 넘자 급한 피난 지시가 잇따랐고 여러 차례의 강제 이동과 장기 이주가 겹쳤습니다.
이 논문은 주민에게 정보가 부족했고 호흡 보호나 요오드 복용 같은 개인 보호조치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가장 큰 대가는 몸이 약한 사람들이 치렀습니다. UNSCEAR는 입원 환자 50명 이상이 대피 도중이나 직후에 숨졌다는 보고와, 이후 몇 달 동안 대피와 관련된 여러 상태로 노인 100명 이상이 숨졌을 수 있다는 연구를 함께 소개합니다.
미나미소마시 요양원 5곳 입소자 715명을 조사한 연구(Nomura 등, 2013)에서는 원래 시설을 처음 떠날 때의 사망 위험이 이후 이동보다 1.94배 높았습니다. 요양원 3곳을 다룬 다른 연구(Murakami 등, 2015)는 3월 22일의 급한 피난으로 입소자들이 잃은 기대수명을 합계 1만 1천 인·일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20밀리시버트에 노출됐다고 가정한 손실 1,100인·일의 열 배입니다.
이 숫자를 대피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피난 계획이 이동의 위험과 방사선의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하고, 거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시설 안에서 돌보는 방법 같은 대안이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준비 없이 서둘러 옮긴 데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문제: 물, 전기, 통신, 의료, 피난 생활
물과 먹을거리부터 제한이 걸렸습니다.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든 식품과 식수는 판매와 섭취가 금지됐습니다. 피난이 길어지자 식생활도 흔들렸습니다. 피난구역 주민 5만 2천여 명의 식사를 비교한 연구에서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이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비율은 자기 집이나 친척 집에 사는 사람의 0.69배였습니다.
전기와 통신은 피해 지역 밖까지 흔들었습니다. 일본의 방재 전문가 쿠사노 가오루는 원전 사고로 전력이 모자라 계획 정전이 실시됐고,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아 SNS로 안부를 확인한 사람이 많았다고 적습니다. 피해 지역 4개 현에는 임시 재해 방송국 21곳이 생겼고, 교통이 멈춘 수도권에서는 집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고 그는 기록합니다.
의료는 두 번 무너졌습니다. 처음에는 병원과 요양원의 환자를 옮기는 일 자체가 위험이 됐고, 피난 생활이 길어진 뒤에는 만성 질환이 늘었습니다. 대사증후군이 없던 40~74세 주민 8,547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새로 대사증후군이 생긴 비율은 피난한 남성 19.2%로 피난하지 않은 남성 11.0%보다 높았고, 여성도 6.6% 대 4.6%였습니다. 혈압 상승과 당뇨병 발생 역시 피난자에게서 더 컸습니다.
마음의 피해도 숫자로 남았습니다. 피난구역의 15세 이상 주민 7만 3천여 명을 조사한 후쿠시마 건강관리조사에서 14.6%가 심한 심리적 고통을 보였습니다. UNSCEAR 역시 피난한 사람들에게서 지나친 불안과 우울, 음주 문제가 보고됐다고 정리합니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생기면
한국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원전 주변을 두 겹으로 나눠 미리 계획합니다. 반경 3~5킬로미터의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20~30킬로미터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입니다. 후쿠시마 당시 계획 범위였던 8~10킬로미터보다 바깥 원이 넓습니다.
부산은 고리 원전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반경 28~30킬로미터로 잡아, 기장군과 해운대·금정·동래·연제·수영구 전체, 남구·북구·동구·부산진구 일부가 이 안에 듭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경상북도가 낸 월성 원전 주민 안내서는 대피 안내를 받으면 마을 집결지로 모인 뒤 지자체 차량으로 구호소에 가라고 합니다. 학교와 병원은 기관이나 지자체 차량으로 옮기고, 가족 안부는 직접 찾으러 다니지 말고 구호소에서 확인하라고 적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가스와 보일러 밸브, 수도를 잠그고, 먹을거리와 잠자리는 구호소에서 주니 평소 먹는 약과 갈아입을 옷, 휴대전화처럼 꼭 필요한 것만 챙기라고 안내합니다.
후쿠시마의 기록과 나란히 놓으면 빈칸도 보입니다. 국내 연구에서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군은 도시지역 면적의 4.05%만 5분 안에 대피할 수 있는 곳으로 분석됐습니다. 후쿠시마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 요양원과 병원의 환자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원전 가까이에 거동이 어려운 가족이 있는 집은 그 시설의 대피 계획을 미리 물어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바닷가라면 해일이 먼저입니다.
행정안전부 지진해일 행동요령은 해안에서 지진을 느끼면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높은 곳으로 가라고 합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원전까지의 거리를 확인하고, 30킬로미터 안이라면 시·군 방사능 방재 안내서에서 우리 마을 집결지와 구호소를 찾아 둡니다.
- 처음 발표된 범위 밖이라도 안심하지 않습니다. 대피 범위는 바뀔 수 있으니 재난문자와 방송을 계속 확인합니다.
- 대피 가방에는 구호소가 주지 않는 것, 곧 평소 먹는 약과 처방전 사본, 갈아입을 옷 약간, 휴대전화 충전기를 넣어 둡니다.
- 요양원이나 병원에 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 시설의 비상 대피 계획과 보호자 연락 방법을 미리 물어 둡니다.
- 전화가 안 될 때를 대비해 가족 메신저 방과 만날 장소 한 곳을 정해 둡니다.
출처
- UNSCEAR, 「Levels and effects of radiation exposure due to the accident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2020/2021 Report Annex B, 유엔, 2022
- Ohba T 외, 「Evacuation after a nuclear accident: Critical reviews of past nuclear accidents and proposal for future planning」,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1 (doi:10.1016/j.envint.2021.106379)
- Nomura S 외, 「Mortality risk amongst nursing home residents evacuated after the Fukushima nuclear accident」, PLoS ONE, 2013 (doi:10.1371/journal.pone.0060192)
- Murakami M 외, 「Was the Risk from Nursing-Home Evacuation after the Fukushima Accident Higher than the Radiation Risk?」, PLoS ONE, 2015 (doi:10.1371/journal.pone.0137906)
- Hashimoto S 외, 「Influence of Post-disaster Evacuation on Incidence of Metabolic Syndrome」, Journal of Atherosclerosis and Thrombosis, 2017 (doi:10.5551/jat.35824)
- 후쿠시마 건강관리조사 논문: Kunii Y 외, 「Severe Psychological Distress of Evacuees in Evacuation Zone Caused by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Accident」, PLoS ONE, 2016 · Zhang W 외, 「Evacuation after the Great East Japan Earthquake was associated with poor dietary intake」, Journal of Epidemiology, 2017
-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국가법령정보센터
- 원자력안전위원회·경상북도, 『방사선비상 나를 지키는 행동: 월성 원전』, 2024
- 행정안전부, 지진·지진해일 국민행동요령
- 쿠사노 가오루, 『생활 속 재난 대비 생존 매뉴얼』(한국어판)
- 「인구특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방사능재난 대피시설 입지 적정성 분석: 부산광역시 기장군, 금정구, 해운대구를 대상으로」, 한국지리정보학회지, 2019
- 부산 기장군, 방사선비상 원자력안전정보 누리집(방사선비상계획구역 현황)
실제 경보·재난 상황에서는 정부·지자체의 공식 안내를 먼저 따르세요. 이 글은 대비를 돕는 참고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