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수비오 화산재 속 피난, 무엇이 외삼촌과 조카를 갈랐나
서기 79년 베수비오산이 분화한 날, 외삼촌 대플리니우스는 구조하러 다가갔다가 돌아오지 못했고 열일곱 살 조카와 어머니는 어둠과 군중 속을 빠져나왔습니다. 조카가 역사가 타키투스에게 보낸 편지 두 통을 원문 번역과 함께 읽습니다.

약 2천 년 전 화산 분화 때의 기록입니다. 지금의 행동 지침이 아니라 역사 자료로 읽어 주세요.
두 통의 편지가 전하는 하루
서기 79년 이탈리아 나폴리만의 베수비오산이 분화했습니다. 만 건너편 미세눔에는 로마 함대를 이끌던 대(大)플리니우스와 그의 누이, 누이의 아들인 소(小)플리니우스가 살고 있었습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대플리니우스는 분화 때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가 스타비아이에서 숨졌고, 조카 소플리니우스가 역사가 타키투스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로 그날을 전했습니다. 그의 서간집 6권의 16번째와 20번째 편지입니다.
편지는 사건 뒤 25년 남짓 지나 쓴 것입니다. 첫째 편지는 위험한 곳으로 다가간 외삼촌의 하루를, 둘째 편지는 미세눔에서 피난한 조카와 어머니의 하루를 적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하는 목격자의 글은 이 두 통뿐이고, 폭발적인 화산 분화를 눈으로 보고 적은 가장 이른 기록으로 꼽힙니다. 당시 그는 라틴어 원문대로 ‘열여덟 번째 해’, 곧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8월 24일인가, 10월인가
분화 날짜는 편지에 적힌 대로 8월 24일로 보는 것이 전통입니다. 첫째 편지의 ‘9월 초하루 아흐레 전’이라는 구절을 따른 날짜입니다. 2018년 10월 폼페이 발굴 현장에서 ‘11월 초하루 열엿새 전’, 곧 10월 17일을 적은 숯 글씨가 나오자 분화가 10월 24일 무렵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로이터와 사이언스지가 이 발표를 전했고, 가을에 익는 열매가 유적에서 나온 것도 늦은 날짜의 근거로 쓰였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2024년 12월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 고고학 공원의 가브리엘 추흐트리겔 원장은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 8월 24일을 적고 있고 늦은 날짜를 뒷받침할 문헌 증거는 없다며, 플리니우스의 날짜가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8월에 익는 밤 품종도 있어 열매만으로는 날짜를 정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날짜는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 중이라, 이 글은 어느 한쪽으로 정하지 않고 원문 번역에도 편지의 날짜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다가간 사람, 외삼촌의 하루
첫째 편지에서 외삼촌은 처음에는 학자의 호기심으로 낯선 구름을 보러 가려 했습니다. 그때 산기슭에 사는 렉티나가 배 말고는 달아날 길이 없다며 구해 달라는 쪽지를 보냈고, 그는 큰 군선들을 띄워 해안의 사람들을 도우러 갔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재와 부석이 배 위로 떨어졌고, 바다가 갑자기 얕아지고 산에서 무너져 내린 것들이 해안을 막아 배를 대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만을 사이에 둔 스타비아이의 폼포니아누스에게로 향했습니다.
밤이 되자 방으로 이어지는 마당에 재와 부석이 쌓여 문이 막히기 직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흔들리는 집에 남을지, 돌이 떨어지는 밖으로 나갈지 의논한 끝에 밖을 골랐고, 베개를 머리에 얹고 천으로 묶어 떨어지는 돌을 막았습니다.
바닷가로 나갔지만 바다는 여전히 거칠고 맞바람이 불어 배를 띄울 수 없었습니다. 외삼촌은 유황 냄새와 불길이 다가올 때 일어서다 쓰러졌고, 조카는 짙은 연기에 숨이 막혔을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피한 사람, 조카와 어머니의 새벽
둘째 편지의 미세눔에서는 밤새 땅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모자는 마당에 나가 앉았다가, 해가 뜬 뒤에도 둘레 건물이 흔들리자 마을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넋이 나간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뒤따르며 두 사람을 밀어붙였고, 하늘에서는 검은 구름이 내려와 바다를 덮었습니다.
어머니는 늙고 몸이 무거운 자기를 두고 먼저 가라고 했지만, 아들은 함께가 아니면 살지 않겠다며 어머니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재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소플리니우스는 뒤따라오는 어둠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보일 때 길에서 비켜납시다. 길에서 넘어지면 어둠 속에서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밟히고 맙니다.” 두 사람이 길가에 앉자마자 불을 끈 방 같은 어둠이 왔습니다.
사람들은 가족을 소리쳐 부르고 대답하는 목소리로 서로를 찾았고, 미세눔이 무너졌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일어나 재를 털어 내며 묻히지 않게 버텼고, 날이 밝자 미세눔으로 돌아가 외삼촌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무엇이 둘을 갈랐나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해석입니다. 외삼촌의 길을 잘못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구조 요청을 받고 함대를 이끈 지휘관이었습니다. 다만 두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보입니다. 외삼촌은 연기와 불이 다가오는 바닷가에 머물렀고, 거친 바다와 맞바람에 배를 띄울 수 없었습니다. 베개는 떨어지는 돌을 막아 주었지만, 조카가 짐작한 사인은 짙은 연기였습니다.
조카와 어머니는 위험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움직였고, 세 가지를 제때 했습니다. 건물이 흔들리자 좁은 마당을 떠났고,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군중이 몰리는 큰길에서 비켜났고, 쌓이는 재를 그때그때 털어 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서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있던 미세눔은 외삼촌이 간 해안보다 산에서 훨씬 멀었고, 이 차이를 행동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집에 옮기면
한국에서 이 편지를 읽는다면 화산 대비가 아니라 두 가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어두운 길과 군중 속에서 가족이 함께 피난하는 법입니다. 재난편 9-2는 사람이 많을 때 서두르다 넘어지는 것이 또 하나의 위험이라며, 앞사람을 밀거나 넘어지지 않게 하라고 적었습니다.
3-2는 극장이나 경기장에서는 사람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하고, 아이와는 손을 잡고 지금 할 일을 말로 불러 주며 움직이라고 합니다. 정전된 계단과 밤길을 생각해 가방에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하나를 넣고 다니라는 것은 11-2의 안내입니다.
흩어질 때를 대비한 약속도 같은 줄기입니다. 어둠 속 사람들이 목소리로 가족을 찾았듯이, 통신이 막힌 날에는 미리 정한 장소가 가족을 다시 모읍니다. 재난편 1-2와 9-2는 누구에게 먼저 연락하고 어디서 만날지를 정해 종이에 적어 두라고 합니다. 소문도 그대로입니다. 9-2는 재난 현장에는 소문이 먼저 돈다며 공식 재난방송과 재난문자를 기준으로 움직이라고 적었습니다.
둘째는 떨어지는 물건에서 머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2천 년 전의 베개는 오늘의 가방과 방석입니다. 재난편 3-2는 흔들리는 동안 탁자 아래에서 머리를 보호하고 탁자가 없으면 방석이나 가방으로 머리를 감싸라고 합니다.
9-1과 9-2는 밖에서도 건물 가까이 머물지 말고 가방이나 책으로 머리를 가린 채 간판과 유리 외벽에서 떨어진 넓은 공터로 가라고 하고, 먼지가 가득하면 옷이나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리라고 덧붙입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 사람이 몰리는 길에서는 서두르다 넘어지는 것이 또 하나의 위험입니다. 서두르다 앞사람을 밀거나 넘어지지 않게 합니다.
- 아이와는 손을 잡고, 지금 무엇을 할지 말로 불러 주며 함께 움직입니다.
- 가족끼리 누구에게 먼저 연락하고 어디서 만날지 미리 정해 종이에 적어 둡니다.
- 가방에 손전등이나 헤드램프를 하나 넣고 다닙니다. 정전된 계단과 밤길에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 떨어지는 물건이 있는 곳에서는 가방·방석·책으로 머리를 가리고, 건물과 간판, 유리 외벽에서 떨어진 넓은 곳으로 갑니다.
- 재난 직후에는 소문이 먼저 돕니다. 행동은 재난방송과 재난문자 같은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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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번역
첫째 편지(서간집 6권 16): 구름이 솟다
가이우스 플리니우스가 벗 타키투스에게 인사를 보낸다.
자네는 내 외삼촌의 마지막을 적어 보내 달라고 했지. 후세에 더 정확하게 전하고 싶어서라고. 고맙네. 그분의 죽음이 자네 글로 기려진다면 영원한 영광이 약속된 셈이니까. 그분은 더없이 아름다운 땅이 무너지던 날, 그곳 사람들과 도시들과 함께 길이 기억될 재앙 속에서 숨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영원히 살아남을 듯하고, 스스로도 오래 남을 저작을 많이 썼네. 그래도 자네 글의 영원함이 그분의 이름을 더 오래 남게 해 줄 것이네. 나는 신들의 선물로 기록될 만한 일을 하거나 읽힐 만한 글을 쓰는 사람은 행복하고, 그 둘을 다 가진 사람은 더없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네. 외삼촌은 당신의 책과 자네의 책으로 그 반열에 들 것이네. 그러니 더 기꺼이 맡겠네. 자네가 맡기는 이 일을 오히려 내가 청하고 싶을 정도이네.
외삼촌은 미세눔에서 함대를 몸소 지휘하고 있었네. 9월 초하루 아흐레 전(8월 24일), 일곱째 시 무렵(정오를 조금 지난 때) 어머니가 외삼촌에게 크기도 모양도 낯선 구름이 나타났다고 알렸지. 외삼촌은 햇볕을 쬐고 찬물로 몸을 씻은 뒤 누운 채 가볍게 먹고 책을 보던 참이었네. 그는 신을 가져오게 하고, 그 기이한 광경이 가장 잘 보이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지.
구름이 솟아오르고 있었네.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어느 산에서 오르는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베수비오산이라는 것이 밝혀졌지. 그 모양을 어떤 나무보다 잘 닮은 것은 소나무였네. 아주 긴 줄기처럼 높이 솟구친 뒤 위에서 가지처럼 퍼졌거든. 내 생각에는 갓 솟은 바람에 실려 올라갔다가 그 힘이 약해지자 떠받침을 잃었거나, 제 무게를 못 이겨 옆으로 퍼지며 흩어진 것 같네. 흙이나 재를 얼마나 머금었느냐에 따라 어떤 때는 희고, 어떤 때는 거무죽죽하고 얼룩져 보였지.
학식 깊은 외삼촌에게는 대단한 일이고 가까이 가서 알아볼 만한 일로 보였네. 외삼촌은 가벼운 쾌속선을 준비시키고, 나더러 원하면 같이 가자고 했지. 나는 공부를 하겠다고 대답했네. 마침 외삼촌이 내게 베껴 쓸 거리를 준 참이었거든.
외삼촌이 집을 나서는데 타스쿠스의 아내 렉티나가 보낸 쪽지가 왔네. 닥쳐오는 위험에 겁에 질린 그녀는 자기를 이 큰 위기에서 구해 달라고 애원했지. 그녀의 별장이 산기슭에 있어서 배 말고는 달아날 길이 없었네. 외삼촌은 계획을 바꿨네. 학자의 마음으로 시작한 일을 가장 큰 마음으로 치르려 한 것이지. 그는 콰드리레미스라 불리는 큰 군선들을 바다에 띄우고 몸소 올라탔네. 렉티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도우려고. 그 아름다운 해안에는 사람이 빽빽이 살았거든.
다른 사람들이 달아나 오는 곳으로 그는 서둘러 갔네. 키를 똑바로 잡고 위험을 향해 곧장 나아갔지. 두려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던지, 그 재앙의 움직임과 모습을 눈에 들어오는 대로 모두 불러 주어 받아 적게 했다네.
첫째 편지: 스타비아이의 밤
배 위로 벌써 재가 떨어졌네. 가까이 갈수록 더 뜨겁고 더 짙었지. 이어 부석과, 불에 그을리고 깨진 검은 돌들도 떨어졌네. 바다가 갑자기 얕아졌고, 산에서 무너져 내린 것들이 해안을 막았지. 외삼촌은 뱃머리를 돌릴지 잠시 망설였네. 키잡이가 그러자고 권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네. ‘운명은 용감한 자를 돕는 법이네. 폼포니아누스에게로 가게.’
폼포니아누스는 스타비아이에 있었네. 해안이 조금씩 휘어 돌며 바닷물이 안으로 들어온 만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곳이지. 그곳에는 아직 위험이 닥치지 않았지만 눈에 보였고, 커지면 바로 코앞까지 올 형편이었네. 그래서 그는 짐을 배에 실어 두고, 맞바람이 잦아들면 곧 떠나기로 마음먹고 있었지. 외삼촌에게는 바로 그 바람이 더없는 순풍이었네. 외삼촌은 배를 대고, 겁에 질린 친구를 끌어안고 달래며 힘을 북돋웠지. 자기가 태연하게 굴어 친구의 두려움을 덜어 주려고 목욕탕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네. 목욕을 마치고는 자리에 기대어 저녁을 먹었네. 즐거운 얼굴로, 아니면 즐거운 척하는 얼굴로. 그것도 똑같이 대단한 일이지.
그사이 베수비오산 여러 곳에서 아주 넓은 불길과 높은 불기둥이 번쩍였고, 밤이 어두울수록 그 빛은 더 밝고 뚜렷했네. 외삼촌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달래려고, 겁먹은 시골 사람들이 끄지 못하고 두고 간 불에 빈 별장들이 타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지. 그러고는 잠자리에 들어 정말로 잠이 들었네. 몸집이 커서 숨소리가 무겁고 컸는데, 문 앞을 지키던 사람들에게 그 소리가 들렸거든.
그런데 그의 방으로 이어지는 마당에 재와 부석이 섞여 쌓이며 바닥이 높아져, 방에 더 오래 있었다면 나올 수 없을 지경이 되었네. 사람들이 그를 깨웠고, 그는 밖으로 나와 밤을 새운 폼포니아누스와 다른 사람들에게 갔지.
그들은 함께 의논했네. 지붕 아래 머물 것인가, 밖으로 나가 돌아다닐 것인가. 잦고 큰 흔들림에 집들이 휘청거려, 마치 제자리에서 뽑힌 듯 이쪽저쪽으로 밀려갔다 돌아오는 것 같았거든. 밖에는 또 부석이 떨어질 위험이 있었네. 가볍고 구멍이 숭숭한 돌이라 해도. 그래도 두 위험을 견주어 본 끝에 밖을 골랐지. 외삼촌에게서는 이성이 이성을 이겼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두려움이 두려움을 이겼다네. 그들은 베개를 머리에 얹고 천으로 묶었네. 그것이 떨어지는 것들을 막는 방패였지.
다른 곳은 벌써 낮이었지만, 그곳은 어떤 밤보다 검고 짙은 밤이었네. 그래도 많은 횃불과 여러 가지 등불이 어둠을 조금 덜어 주었지. 사람들은 바닷가로 나가 바다가 배를 띄우게 해 줄지 가까이서 살펴보기로 했네. 바다는 여전히 거칠고 맞바람이 불었지.
외삼촌은 거기서 깔아 놓은 천 위에 누워 찬물을 두 번 청해 마셨네. 그러다 불길과, 불길이 다가온다고 알리는 유황 냄새에 다른 사람들은 달아나고 외삼촌도 몸을 일으켰지. 그는 젊은 하인 둘에게 기대어 일어섰다가 곧바로 쓰러졌네. 내가 짐작하기로는 짙은 연기에 숨이 막히고 숨길이 닫혔기 때문이네. 외삼촌의 숨길은 타고나기를 약하고 좁았으며 자주 염증이 났거든.
다시 날이 밝았을 때, 그가 마지막으로 본 날로부터 셋째 날에 외삼촌의 몸은 다친 데 없이 온전하게,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발견되었네. 죽은 사람보다는 잠든 사람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네.
그사이 미세눔에서 나와 어머니는… 그러나 이것은 역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자네도 외삼촌의 마지막 말고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지. 그러니 여기서 그치겠네. 한 가지만 덧붙이지. 나는 내가 그 자리에서 본 것과, 일이 있은 직후 가장 사실대로 전해질 때 들은 것을 모두 그대로 적었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네가 골라 쓰게. 편지와 역사는 다르고, 벗에게 쓰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 쓰는 것은 다르니까. 잘 지내게.
둘째 편지(서간집 6권 20): 미세눔을 떠나다
가이우스 플리니우스가 벗 타키투스에게 인사를 보낸다.
외삼촌의 죽음에 대해 자네 청으로 써 보낸 편지를 읽고, 미세눔에 남은 내가 어떤 두려움과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 싶어졌다고 했지.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다 끊었으니까.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몸서리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의 한 구절)
외삼촌이 떠난 뒤 나는 남은 시간을 공부로 보냈네. 그러려고 남았으니까. 이어 목욕과 저녁을 마치고, 짧고 뒤숭숭한 잠을 잤지. 그 전부터 여러 날 땅이 흔들렸지만 크게 겁내지는 않았네. 캄파니아에서는 흔한 일이었거든. 그러나 그날 밤에는 흔들림이 어찌나 세졌던지, 모든 것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뒤집히는 것만 같았네.
어머니가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왔네. 나도 어머니가 주무시고 있으면 깨우려고 일어나던 참이었지. 우리는 집 마당에 나가 앉았네. 집채와 바다 사이를 조금 떼어 놓은 마당이었지. 그때 내가 열여덟 번째 해를 살고 있었으니, 그것을 침착함이라 해야 할지 철없음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책을 가져오게 해서, 한가한 날처럼 읽고, 하던 대로 발췌까지 했지. 그때 얼마 전 히스파니아에서 외삼촌을 찾아온 외삼촌의 친구가, 어머니와 내가 앉아 있고 나는 책까지 읽는 것을 보고는 어머니의 태평함과 나의 안일함을 나무랐네. 그래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에 빠져 있었지.
이제 낮 첫째 시(해 뜬 직후)였는데도 빛은 아직 흐릿하고 힘이 없었네. 둘레의 건물들이 흔들리고 있었고, 우리가 있던 곳은 트인 곳이기는 해도 좁아서 무너질까 하는 두려움이 크고 분명했지. 그제야 우리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네. 넋이 나간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왔지. 두려울 때는 그것이 지혜처럼 보이는 법인지, 그들은 제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따랐고, 거대한 무리를 이뤄 떠나는 우리를 뒤에서 밀어붙였네.
건물들을 벗어나서 우리는 멈춰 섰네. 거기서 우리는 놀라운 일을 많이 보고, 두려운 일을 많이 겪었지. 끌어내 오라고 한 수레들이 아주 평평한 땅인데도 이리저리 밀려다녀, 돌을 괴어도 제자리에 서 있지 않았네. 게다가 바다가 제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땅의 흔들림에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네. 분명히 해안이 앞으로 넓어져, 많은 바다 생물이 마른 모래 위에 남았지. 다른 쪽에서는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구름이 구불구불 내달리는 불기운에 찢겨, 길쭉한 불꽃 모양으로 갈라졌네. 번개 같았지만 번개보다 컸지.
그러자 히스파니아에서 온 그 친구가 더 다그치며 말했네. ‘당신 오라버니가, 자네 외삼촌이 살아 계신다면 두 사람이 무사하기를 바라실 것이오. 돌아가셨다면 두 사람이 살아남기를 바라셨을 것이오. 그런데 왜 달아나지 않고 머뭇거리는 거요?’ 우리는 그분의 생사를 모르는 채로 우리 목숨부터 챙길 수는 없다고 대답했네. 그는 더 기다리지 않고 뛰쳐나가 있는 힘껏 달려 위험에서 멀어졌네.
오래지 않아 그 구름이 땅으로 내려와 바다를 덮었지. 카프레아이섬을 둘러싸 감추었고, 미세눔에서 바다로 뻗은 곶도 보이지 않게 했네. 그러자 어머니는 내게 어떻게든 달아나라고 빌고, 타이르고, 명령했네. 젊은 나는 달아날 수 있지만, 나이도 많고 몸도 무거운 자기는 내 죽음의 까닭만 되지 않는다면 편히 죽을 수 있다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가 아니면 살아남지 않겠다고 맞섰네. 그러고는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재촉하게 했지. 어머니는 마지못해 따르며, 나를 늦춘다고 자기를 탓했네.
둘째 편지: 어둠과 재
이제 재가 떨어졌네. 아직은 드문드문이었지. 뒤를 돌아보니 짙은 어둠이 등 뒤에 바짝 다가와, 급류처럼 땅 위로 쏟아지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네. 나는 말했지. ‘아직 보일 때 길에서 비켜납시다. 길에서 넘어지면 어둠 속에서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밟히고 맙니다.’
우리가 겨우 자리를 잡고 앉자 밤이 왔네. 달 없는 밤이나 구름 낀 밤이 아니라, 불을 끈 닫힌 방 같은 밤이었지. 여자들의 울부짖음, 아이들의 울음, 남자들의 외침이 들렸네. 어떤 이는 부모를, 어떤 이는 자식을, 어떤 이는 아내나 남편을 소리쳐 찾았고, 대답하는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보았지. 어떤 이는 제 처지를, 어떤 이는 가족의 처지를 슬퍼했고, 죽음이 두려워 죽기를 비는 사람도 있었네.
많은 이가 신들에게 손을 들었지만, 더 많은 이는 이제 신들은 어디에도 없고 세상의 마지막 영원한 밤이 왔다고 여겼네. 지어낸 거짓 공포로 진짜 위험을 부풀리는 사람들도 있었지. 미세눔의 어느 곳은 무너졌고 어느 곳은 불타고 있다고 알리는 사람들이 있었네. 거짓이었지만 믿는 사람이 있었지.
조금 밝아졌네. 그것은 낮이 아니라 다가오는 불의 신호로 보였지. 불은 꽤 먼 곳에서 멈췄네. 다시 어둠이, 다시 재가 왔네. 이번에는 많고 무거웠지. 우리는 몇 번이고 일어나 재를 털어 냈네. 그러지 않았다면 재에 덮이고 그 무게에 짓눌렸을 것이네.
그 큰 위험 속에서 내 입에서 신음 한 번, 나약한 말 한마디 새어 나가지 않았다고 자랑할 수도 있겠지. 다만 그것은 모든 사람이 나와 함께, 나는 모든 것과 함께 죽어 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네. 비참하지만, 죽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큰 위안이었지.
마침내 그 어둠이 엷어지며 연기나 안개처럼 흩어졌네. 곧 진짜 낮이 왔고, 해까지 비쳤지. 다만 일식 때처럼 누르스름한 빛이었네. 아직 떨리는 우리 눈앞에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네. 두꺼운 재가 눈처럼 덮여 있었거든.
우리는 미세눔으로 돌아가 그럭저럭 몸을 추스르고, 희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마음 졸이며 밤을 보냈네. 두려움이 더 컸지. 땅은 계속 흔들렸고, 넋이 나간 많은 사람이 무시무시한 예언을 늘어놓으며 자기와 남의 불행을 두고 장난치듯 떠들었거든. 그래도 우리는 위험을 겪었고 또 위험을 기다리는 처지였지만, 외삼촌의 소식이 올 때까지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네.
이 이야기는 역사에 넣을 만한 것이 결코 아니니, 자네는 역사에 쓸 생각 없이 읽게. 편지로도 걸맞지 않아 보이거든, 청한 자네 탓으로 돌리게. 잘 지내게.
출처
- Gaius Plinius Caecilius Secundus(소플리니우스), 『서간집(Epistulae)』 6권 16·20, 라틴어 원문 (The Latin Library, https://www.thelatinlibrary.com/pliny.ep6.html)
- 『Letters of Pliny』, William Melmoth 옮김, F. C. T. Bosanquet 개정, 『The Harvard Classics』 9권, New York: P. F. Collier & Son, 1909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2811, https://www.gutenberg.org/ebooks/2811)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Pliny the Elder」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Pliny-the-Elder), 「Misenum」 (https://www.britannica.com/place/Misenum), 「Today in History: August 24」 (https://www.britannica.com/today-in-history/August-24-A-Buried-City-Keeps-Surprising-Us)
- 로이터, 「Charcoal inscription points to date change for Pompeii eruption」, 2018-10-16 (https://www.reuters.com/article/world/charcoal-inscription-points-to-date-change-for-pompeii-eruption-idUSKCN1MQ2FA)
- 사이언스, 「Ancient graffiti shifts date of Pompeii's destruction by 2 month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ancient-graffiti-shifts-date-pompeii-s-destruction-back-2-months)
- 가디언, 「Pompeii experts back Pliny's account of Mount Vesuvius eruption date」, 2024-12-12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dec/12/pompeii-experts-back-plinys-account-of-mount-vesuvius-eruption-date)
- 로드아일랜드대학교 해양대학원, 「Vesuvius: Witness to Catastrophe」 (https://volcano.uri.edu/vesuvius/Plinys/Plinys.html)
- 생존주의, 『대한민국 생존주의 바이블: 재난편』 1-2, 3-2, 8-2, 9-1, 9-2, 11-2
실제 경보·재난 상황에서는 정부·지자체의 공식 안내를 먼저 따르세요. 이 글은 대비를 돕는 참고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