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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주의자 수기 · 우크라이나 전쟁 2022~ · 8분 읽기 · 2026.10.05

2주 예상하고 내려간 지하실에서 두 달, 마리우폴

2주면 될 줄 알았던 제철소 지하 생활은 두 달이 됐습니다. 마리우폴 생존자들이 남긴 기록입니다.

연출 이미지

누구의 기록인가

2022년 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3월 10일 러시아군에 완전히 포위됐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약 35만 명이 도시를 떠나야 했다고 집계했습니다. 이 글은 영국 가디언이 2022년 5월 9일에 보도한,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 벙커에서 구조된 사람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합니다.

화자는 올레나와 예고르 체호나츠키 부부, 열두 살 아르템과 열일곱 살 드미트리 두 아들, 그리고 제철소 직원 옥사나입니다. 이들은 2월 말 지하로 내려가 5월 초에야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같은 해 3월 포위 초기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다른 주민들의 보조 증언을 더했습니다.

끊긴 전기와 마카로니 두 컵

가족은 2주쯤 머물 생각으로 지하에 내려갔습니다. 실제로 나온 것은 두 달 뒤였습니다. 함께 숨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틀 치만 챙겨 온 이들도 있었습니다.

내려갈 때는 전기가 있었지만 하루 만에 끊겼습니다. 인터넷은 없었고, 장파를 잡는 작은 라디오 하나가 바깥소식을 듣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불은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한 LED 등으로 밝혔습니다. 위층 건물은 폭격으로 조금씩 부서져 갔고, 곰팡이 냄새가 옷과 피부에 배어들었습니다.

막바지에는 마카로니 두 컵을 물 10리터에 풀어 끓인 수프로 서른 명이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어른은 하루 한 끼, 아이들만 두 끼를 먹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은 각자 몫에서 한 숟갈씩 떼어 함께 지내던 닥스훈트에게 나눠 줬습니다.

식량을 구하려고 폭격으로 무너진 창고를 뒤졌고, 눈이 어둡고 기력이 떨어진 노인들도 따라나섰습니다. 한 노인은 커피콩을 작은 파스타로 착각해 들고 왔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망치로 빻아 커피를 내렸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더 자고 덜 먹으라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배고픔도 덜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화장실에 가는 길, 검은색 그림

화장실은 지상층에 있었습니다. 용변을 보러 올라가는 일 자체가 목숨을 거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노인,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대피 공간 안에 양동이를 두고 어른들이 돌아가며 비웠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깊은 충격 속에 있었습니다. 십대들은 몇 시간씩 벽만 바라봤고, 어린아이들은 누가 만지는 것을 피했으며,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색연필을 두고 검은색으로만 그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폭격 중에 안아 주는 품을 받아들였고,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들어올 때 알파벳도 겨우 읽던 네 살 아이가 나갈 때는 읽고 쓰고 셈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도시의 공장과 쇼핑몰을 칸에 넣은 마리우폴판 모노폴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15분 만에 나간 날

3월 초 피란 통로가 열린다는 발표에 나가려 했지만 전투 때문에 다시 지하로 밀려났습니다. 아이들을 잠시 밖에 내보낼 때는 옷에 이름과 혈액형, 생년월일을 적은 표를 달았습니다. 옆 벙커는 몇 주 먼저 식량이 바닥나 사람들이 먼저 떠났습니다.

마지막 탈출은 라디오에서 민간인 구조 통로 소식을 듣고 결정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이들을 군인들이 발견했고, 준비할 시간으로 15분이 주어졌습니다. 생존자들은 라디오가 없어 이 소식을 못 들은 사람들이 아직 아래에 남아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포위 초기 다른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물도 폭격을 맞았고, 한 생존자는 공습이 2~4분마다 이어져 물을 찾으러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한 생존자는 보온병에 끓인 물 1.5리터를 붓고 마시는 일이 그 시절 가장 큰 사치였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생사를 갈랐나, 우리 생각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해석입니다. 이 기록에서 가장 크게 남는 것은 기간을 잘못 짐작했다는 점입니다. 2주를 예상한 가족은 두 달을 버텼지만, 이틀 치만 챙긴 사람들과 일찍 식량이 떨어진 옆 벙커는 더 위험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라디오입니다. 전기도 인터넷도 없는 지하에서 나가도 되는 순간을 알려 준 것은 작은 라디오 하나였습니다. 세 번째는 나눔의 규칙입니다. 아이에게 한 끼를 더 주고 양동이를 돌아가며 비운 약속이 서른 명을 한 무리로 묶었습니다.

우리 공식 기준도 두 가지 기간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2026년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은 생존배낭에 2~3일분 식수와 식량을 넣으라고 하면서, 핵 폭발 이후 대피 생활에서는 2주 이상 대피하는 데 필요한 식수와 식품을 준비하라고 안내합니다.

들고 나갈 가방과 집 안에서 버틸 비축을 따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책자는 통신이 끊길 때를 대비해 가족 비상연락카드를 생존배낭에 넣어 두라고 권합니다. 마리우폴 부모들이 아이 옷에 달았던 표가 바로 그 역할을 했습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1. 비축은 두 갈래로 잡습니다. 들고 나갈 2~3일분 배낭과, 집 안에서 2주를 버틸 물과 식량을 따로 셉니다.
  2. 건전지로 도는 라디오와 여분 건전지를 준비하고, 정전 때 가족 중 누가 언제 뉴스를 들을지 정해 둡니다.
  3. 아이마다 이름, 생년월일, 혈액형, 보호자 연락처를 적은 카드를 만들어 가방과 겉옷 주머니에 넣어 둡니다.
  4. 현관 가까이에 15분 안에 들고 나갈 수 있는 가방을 둡니다.
  5. 단수에 대비해 변기에 씌울 두꺼운 비닐봉지와 시판 비상용 간이 화장실을 갖추고, 쓰고 난 봉지를 누가 묶어 내놓을지 순번을 정합니다.

출처

  • The Guardian, 「What liberation?」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벙커 생존자 보도, 2022-05-09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may/09/what-liberation-mariupol-survivors-rescued-from-last-bunker-describe-horrors-of-siege)
  • Al Jazeera, 마리우폴 포위 생존자 증언, 2022-03-18 (https://www.aljazeera.com/news/2022/3/18/russia-ukraine-war-mariupol-siege-survivor)
  • Coffee or Die Magazine, 마리우폴 탈출 주민 증언, 2022-03-22
  • 행정안전부 비상대비정책국,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홍보책자, 2026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High Commissioner updates the Human Rights Council on Mariupol」, 2022-06-16 (https://www.ohchr.org/en/statements/2022/06/high-commissioner-updates-human-rights-council-mariupol-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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