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주의 뉴스레터 모집조만간 첫 호를 공개합니다. 네이버 메일 등 받으실 주소를 남겨 주세요. 신청하기
생존주의 [해외편] · 스웨덴 · 민방위청 책자 2024 · 7분 읽기 · 2026.10.05

[해외편] 스웨덴 정부는 왜 모든 집에 전쟁 책자를 보낼까

스웨덴은 정부 이름으로 전 가구에 위기·전쟁 대비 책자를 보냅니다. 무엇이 적혀 있고 한국과는 무엇이 다른지 살펴봅니다.

연출 이미지

우편함에 들어오는 서른두 쪽짜리 책자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위기와 전쟁에 대비하는 법을 적은 책자를 집집마다 보냅니다. 2024년 11월에 나온 판 표지 안쪽에는 이 책자가 정부를 대신해 스웨덴의 모든 가구에 배포되며, 내용은 민방위청(MSB)이 책임진다고 적혀 있습니다.

스웨덴어와 쉬운 스웨덴어, 영어로 주문할 수 있고 수어·음성·점자판도 따로 있습니다. 첫 장의 당부는 짧습니다. 이 책자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라는 것입니다.

차례를 보면 무게가 느껴집니다. 경보 사이렌, 공습 때 숨을 곳, 집에서 하는 대비, 피난, 민방위 대피소, 심리 방어, 디지털 보안, 테러, 지혈법, 극한 기상, 감염병, 도움이 필요한 사람, 반려동물, 아이와 전쟁 이야기하는 법까지 한 권에 들어 있습니다. 전쟁만 다루는 책이 아니라, 나라가 흔들릴 때 한 가정이 알아야 할 것을 한데 모은 생활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일주일은 스스로 버틴다는 약속

이 책자의 중심에는 숫자 하나가 있습니다. 심각한 일이 벌어지면 도움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가야 하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적어도 일주일은 혼자 힘으로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하는 대비 항목도 모두 이 일주일을 기준으로 짜여 있습니다.

물은 하루 최소 3리터를 잡으라고 합니다. 뚜껑 있는 물통이나 양동이를 마련하고,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되 1년에 한두 번 맛과 냄새를 확인하라고 적었습니다. 페트병에 물을 조금 덜 채워 얼려 두면 정전 때는 냉매로 쓰고 녹으면 마실 수 있다는 요령도 붙어 있습니다.

겨울 정전에 대비해서는 한 방에 모여 창문에 담요를 걸고 바닥에 깔개를 깔라고 합니다. 가스나 등유 난로를 쓸 때는 창을 열어 환기하고 잠들기 전에 반드시 끄라는 경고가 함께 실렸습니다.

먹을거리는 상온에서 오래 두고 금방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되, 장 볼 때마다 한두 개씩 더 사는 방식으로 모으라고 권합니다. 현금은 최소 일주일 쓸 만큼 여러 단위로 두라고 했고, 물이 끊겨 변기를 내릴 수 없을 때는 변기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톱밥이나 퇴비용 깔개로 덮으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처방약이 필요한 사람은 한 달 치를 집에 두라고 따로 적었습니다.

사이렌 소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스웨덴은 경보 사이렌의 뜻을 국민이 외우도록 합니다. 7초 울리고 14초 쉬기를 2분 동안 되풀이하면 실내로 들어가 창문과 문을 닫고 환기를 끄라는 신호이고, 짧게 끊어지는 소리가 1분 동안 이어지면 공습이니 곧장 대피소나 지하실로 가라는 뜻입니다.

옥외 사이렌은 3월·6월·9월·12월 첫 평일 월요일 오후 3시에 시험 가동됩니다. 비상 정보는 공영 라디오 P4가 공식 통로라서, 건전지나 태양광, 손잡이로 돌리는 라디오를 집에 두라고 합니다.

대피소는 따로 배정되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면 됩니다. 평소에는 다른 용도로 써도 되지만 필요할 때 48시간 안에 비워 쓸 수 있어야 하고, 주황 바탕에 파란 삼각형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심리 방어입니다.

외부 세력이 거짓말, 맥락을 잘라 낸 이야기, 조작된 사진과 음성으로 서로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경고하면서, 강한 감정을 일으키는 내용일수록 한 번 더 확인하고 믿을 만한 출처의 정보만 나누라고 당부합니다. 책자는 “스웨덴이 공격받더라도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고 적고, 그와 다른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못 박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책자는 그 이유를 스스로 밝힙니다.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고, 사이버 공격과 허위 정보, 테러와 사보타주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웨덴의 총력 방위는 군사 방위와 민간 방위로 이루어지고, 민간 방위에는 스웨덴에 사는 모든 사람이 포함됩니다.

16세가 되는 해부터 70세가 되는 해 말까지는 전쟁이나 전쟁 위협이 있을 때 복무 의무가 있고, 이 의무는 스웨덴에 사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됩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 것이 이 책자의 특징입니다. 시군은 아픈 사람과 노인을 돌보고 구조 업무를 이어 가야 하니, 건강한 가정이 일주일을 스스로 버텨 주면 그만큼 공공의 손이 절실한 곳으로 갑니다.

그래서 책자는 응급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헌혈하고, 같은 아파트 이웃과 대비를 이야기해 보라고 권합니다. 대비를 개인의 불안이 아니라 공동체에 보태는 몫으로 설명하는 셈입니다.

한국은 지금 어떻게 안내하나

한국에도 비슷한 책자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2026년에 낸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은 민방공 경보별 행동, 대피소 찾는 법, 비상물자 준비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만 보면 한국 쪽 기준이 더 넉넉한 곳도 있습니다. 비상물자를 비상사태 초기 최소 3일에서 한 달을 버티기 위한 물품으로 정의하고, 쌀·라면·통조림·식수 30일분과 부탄캔 15개 이상을 예시로 듭니다. 대피용 생존배낭은 2~3일분을 한 사람씩 따로 꾸리라고 합니다.

차이는 전달 방식에 있습니다. 한국 책자는 누리집에서 내려받는 홍보물이고, 스웨덴 책자는 정부가 모든 가구에 보낸다고 표지에 밝혀 둔 우편물입니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1분간 울린다는 점은 두 나라가 같습니다. 다만 스웨덴 책자는 사이렌 시험 날짜와 시각까지 적어 집집마다 보냈습니다.

찾아서 내려받아야 보이는 기준과 모든 집이 한 번은 받아 본 기준은 위기가 왔을 때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1. 물은 한 사람당 하루 3리터로 계산해 가족 수 × 7일분을 목표로 두고, 생수 묶음을 베란다 대신 서늘한 다용도실이나 신발장 아래에 둡니다.
  2. 장 볼 때 통조림·즉석밥·라면을 한두 개씩 더 사서 오래된 것부터 먹는 순환 비축을 시작합니다.
  3. 건전지·손잡이 충전 라디오 하나와 여분 건전지를 마련하고, 정전 때 들을 방송 주파수를 종이에 적어 둡니다.
  4. 관리사무소 단수 공지에 대비해 변기에 씌울 두꺼운 비닐봉지, 흡수재(스웨덴 책자는 톱밥이나 퇴비용 깔개를 권함, 시판 간이 화장실 키트도 가능), 뚜껑 있는 양동이를 한 묶음으로 둡니다.
  5. 안전디딤돌 앱이나 지도 앱에서 집·학교·직장 근처 민방위 대피소를 찾아 가족과 한 번 걸어가 봅니다.

출처

  • 스웨덴 민방위청(MSB), 「In case of crisis or war」(영문판), 2024년 11월, https://rib.msb.se/filer/pdf/30874.pdf
  • 행정안전부 비상대비정책국, 『2026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홍보책자, 2026

실제 경보·재난 상황에서는 정부·지자체의 공식 안내를 먼저 따르세요. 이 글은 대비를 돕는 참고 자료입니다.

생존주의 [해외편] 목록